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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북토크의 견물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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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4회 작성일 24-07-02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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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와 출판기념회는 어감이 다르다. 전자가 아기자기한 만남의 자리라면 후자는 정치인이나 나이 지긋한 사람의 부대행사로 다가온다. 예전에는 둘 사이의 간격이 훨씬 가까웠던 모양이다. 본래 북토크는 출간을 축하할 겸 작가를 예우하는 행사였다고 들었다. 지금의 북토크는 출판사의 마케팅과 독자의 팬심이 조응하는 자리다. 작가는 ‘신간이 나왔습니다. 우리 애를 잘 부탁드립니다’ 하는 홍보대사 역할을 맡는다. 아이돌이 신곡을 발매하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과 유사하다. 양쪽 다 얼굴을 내밀고 존재를 알리고 호감을 심어줌으로써 자신의 활동을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피력하고자 한다.
북토크에는 ‘토크’를 주고받을 상대방이 필요하다. 나는 북토크 진행자를 자주 맡는다. 예전부터 종종 SF 관련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했던 덕분인 듯하다. 6월에는 북토크에 4번 참석했다. 하나는 내 신간인 <아무튼, 보드게임>을 홍보하는 자리였지만 나머지 자리에서는 진행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작가로서든 진행자로서든 괜한 걱정을 했다. 오늘의 북토크는 홍보 효과가 얼마나 있을까?
그건 아마 출판사 마케터도 모르지 않을까. 과거에는 책을 홍보하고 싶으면 신문이나 라디오에 광고를 냈다. 지금은 SNS 이벤트나 사전독자 모집 등 방법이 훨씬 다변화되었다. 어떤 식으로든 운 좋게 입소문을 타면 책의 판매량이 훌쩍 뛴다. 그런데 좋은 책이라고 해서 언제나 입소문이 나지는 않는다. 책의 내용이나 구성과 별도로, ‘성공’은 예측하기 어려운 과정으로 이루어지곤 한다. 한 예로 정보라의 단편집 <저주토끼>는 부커상 번역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뒤로 명실공히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이러한 변화는 책이 출간된 지 5년이나 지나서야 나타났다. 아무리 홍보에 힘쓰더라도 과연 판매에 보탬이 될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북토크는 화젯거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홍보에 기여하기는 한다. 대부분 온라인으로 참석자를 모집하기 때문에 북토크 소식만으로도 마케팅 효과가 난다. 추후 좋은 후기가 공유된다면 그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장소를 대관하고 진행자를 섭외하려면 돈이 든다. 요즘은 현장 참석자 없이 온라인으로 라이브 영상을 송출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당연히 돈이 든다. 편집자와 마케터의 가외 노동까지 고려하면 과연 북토크가 득이 되긴 하는지 의문스럽다. 나는 북토크처럼 책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매우 좋아하고, 그런 자리가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서늘하다. 혹시 주최자들의 자기만족에 불과하진 않을까.
그럴 때면 견물생심이라는 말을 애써 떠올린다. 북토크에는 ‘실물’이 있다. 작가는 독자 앞에 살아 있는 사람으로 생생하게 등장한다. 반대로 작가 입장에서는 자신의 책을 읽은, 심지어 좋아하기까지 하는 독자를 직접 만날 수 있다. 참석자들은 자신과 같은 책을 집은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확인한다. 여기에는 말없이 확인되는 은근한 연대감이 있다. 글로는 전부 표현되지 않는,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비로소 분명해지는 것들도 있다. ‘실물’에 대한 이런 감각은 책을 향한 욕심을 자극한다. 보통은 이를 애정이라고 부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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