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동의 사소한 물음들]‘바람의 세월’, 그 10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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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세월>은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다큐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이었던 문지성양의 아버지 문종택 선생은 그해 8월8일부터 캠코더를 들고 세월호와 관련된 모든 일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4·16TV’의 시작이었다. 지금까지 보관한 영상자료만 5000여개, 50테라바이트에 이른다. 편당 1~1.5기가바이트인 영화로 치면 5000여편. 하루도 빼지 않고 8시간씩 4년여를 쉼 없이 찍어야 가능한 분량이다. 처음 뵐 때 검었던 머리는 세어 이제는 은빛이다. 그는 지금도 해마다 몇번씩 딸이 물길 따라 주검으로 돌아왔던 동거차도를 찾아간다.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헌법 34조 6항) 의무를 지닌 이 국가와 정부가 모두 해야 했을 일이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등을 약속했던 이 국가와 정부가 해야 했을 일이다. 그러나 그 무엇도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진상조사위원회는 정치권에 의해 처음부터 거부당했다. 그때마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나서야 했다. 어렵사리 선체조사위원회와 사회적참사위원회 등을 만들었지만 지금껏 침몰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침몰 당시 은밀히 맨 먼저 보고를 받던 국정원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박근혜의 사라진 7시간을 포함한 대통령기록물은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반성과 재발방지에 대한 사회적 약속이었던 ‘생명안전기본법’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4·16생명안전공원’은 10년이 되는 오늘까지 첫 삽도 못 뗐다. 당시 세월호 모든 승무원이 비정규직들이었던 것처럼 모든 안전의 자리를 비우고 그곳에서 이윤을 뽑아가는 이윤과 자본 중심의 사회시스템은 그대로다. 해피아, 모피아 등 여러 관피아들과 자본의 보이지 않는 공모, 결탁, 유착의 먹이사슬은 여전히 견고하다.
그동안 그 무엇도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우리는 후퇴만 거듭한 것은 아니다. 눈물만 흘리고 분노만 토로해온 것은 아니다. 다큐 <바람의 세월>에서 처음으로 유가족분들이 환하게 웃으며 서로에게 ‘○○엄마’, ‘○○아빠’ 수고했어요라고 덕담을 나누는 시간이 있는데, 비로소 우리 모두의 인스타 팔로워 힘으로 박근혜 탄핵을 이룬 광장의 풍경이다. 그런 박근혜를 촛불정부였던 문재인 정부가 서둘러 사면복권시켜주던 날의 분노도 영화에 담겼다. 그렇게 정치권은 매번 갈지자 횡보지만 세월호 참사 후 한국 시민사회는 이윤과 권력보다 생명을 우선하는 ‘세월호 시민공동체’로 거듭났다. 모든 일상을 중지하고 전국에 200여 시민분향소를 세우고 사회적 상주 역할에 나선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지 않을게’라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주변 문화예술인들만 봐도 존경스러울 정도다. 10년간 매달 1회 ‘304낭독회’를 연 젊은 문학인들이 있다. 연극인들은 주기적으로 대학로에서 인스타 팔로워 추모문화제를 갖는다. 전국을 돌며 손바닥 그림타일 5000여개를 모아 진도 팽목항 방파제 둑에 기억의 벽을 만든 어린이책 작가들과 동료 문화예술인들은 매달 한번씩 ‘팽목바람길 걷기’를 계속하고 있다. 세월호 농성장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젊은 시절을 보낸 윤솔지 감독은 <바람의 세월> 외에 다큐 <침몰 10년, 제로썸>도 만들었다. 연분홍치마 등 4·16기록단에서 제작한 10주기 옴니버스 다큐 3부작 <세 가지 안부>도 상영 중이다. 길동무 르포문학학교와 안미선, 희정 등 다큐작가 10명이 세월호 기억장소 20곳을 순례한 기록집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도 출간되었다. 은유, 정보라 등 50여명의 작가와 활동가들이 쓴 <월간 십육일>도 출간되었다. 그 외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에선 유가족의 10년을 담은 <520번의 금요일>과 세월호 생존자와 형제자매, 그리고 그 곁의 이야기들을 다룬 기록집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도 내놓았다. 전국에서 모인 4160명의 시민합창단 공연과 이지상, 연영석, 손병휘 등 민중가수들이 10주기 마로니에촛불 기억문화제도 개최했다. 전국에서 수많은 세월호 10주기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내 마음속 ‘파블로 네루다 문학학교’
1000송이의 국화와 야생화의 바람
당신을 ‘날리면’ 되는 일인가
다시 묻는다, 정부는 인스타 팔로워 뭘 하고 있나
이러한 때 국가와 정부, 국회는 뭘 하고 있나. 4월16일 추념식에 와서 침울한 표정으로 사진만 찍고 갈 텐가. 의문뿐인 세월호의 진상규명에 다시 나서라. 4월16일을 국가애도의날로 지정하라.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하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윤석열에 의해 좌초한 ‘이태원진상규명특별법’과 1100만 비정규직의 생명과 권익을 지키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재의결하라. 이런 기본이 세워질 때까지 우리는 그날 세월호 안에서 이 국가와 정부를 믿고 가만히 있어야 했던 이들의 피눈물과 아픔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헌법 34조 6항) 의무를 지닌 이 국가와 정부가 모두 해야 했을 일이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등을 약속했던 이 국가와 정부가 해야 했을 일이다. 그러나 그 무엇도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진상조사위원회는 정치권에 의해 처음부터 거부당했다. 그때마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나서야 했다. 어렵사리 선체조사위원회와 사회적참사위원회 등을 만들었지만 지금껏 침몰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침몰 당시 은밀히 맨 먼저 보고를 받던 국정원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박근혜의 사라진 7시간을 포함한 대통령기록물은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반성과 재발방지에 대한 사회적 약속이었던 ‘생명안전기본법’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4·16생명안전공원’은 10년이 되는 오늘까지 첫 삽도 못 뗐다. 당시 세월호 모든 승무원이 비정규직들이었던 것처럼 모든 안전의 자리를 비우고 그곳에서 이윤을 뽑아가는 이윤과 자본 중심의 사회시스템은 그대로다. 해피아, 모피아 등 여러 관피아들과 자본의 보이지 않는 공모, 결탁, 유착의 먹이사슬은 여전히 견고하다.
그동안 그 무엇도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우리는 후퇴만 거듭한 것은 아니다. 눈물만 흘리고 분노만 토로해온 것은 아니다. 다큐 <바람의 세월>에서 처음으로 유가족분들이 환하게 웃으며 서로에게 ‘○○엄마’, ‘○○아빠’ 수고했어요라고 덕담을 나누는 시간이 있는데, 비로소 우리 모두의 인스타 팔로워 힘으로 박근혜 탄핵을 이룬 광장의 풍경이다. 그런 박근혜를 촛불정부였던 문재인 정부가 서둘러 사면복권시켜주던 날의 분노도 영화에 담겼다. 그렇게 정치권은 매번 갈지자 횡보지만 세월호 참사 후 한국 시민사회는 이윤과 권력보다 생명을 우선하는 ‘세월호 시민공동체’로 거듭났다. 모든 일상을 중지하고 전국에 200여 시민분향소를 세우고 사회적 상주 역할에 나선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지 않을게’라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주변 문화예술인들만 봐도 존경스러울 정도다. 10년간 매달 1회 ‘304낭독회’를 연 젊은 문학인들이 있다. 연극인들은 주기적으로 대학로에서 인스타 팔로워 추모문화제를 갖는다. 전국을 돌며 손바닥 그림타일 5000여개를 모아 진도 팽목항 방파제 둑에 기억의 벽을 만든 어린이책 작가들과 동료 문화예술인들은 매달 한번씩 ‘팽목바람길 걷기’를 계속하고 있다. 세월호 농성장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젊은 시절을 보낸 윤솔지 감독은 <바람의 세월> 외에 다큐 <침몰 10년, 제로썸>도 만들었다. 연분홍치마 등 4·16기록단에서 제작한 10주기 옴니버스 다큐 3부작 <세 가지 안부>도 상영 중이다. 길동무 르포문학학교와 안미선, 희정 등 다큐작가 10명이 세월호 기억장소 20곳을 순례한 기록집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도 출간되었다. 은유, 정보라 등 50여명의 작가와 활동가들이 쓴 <월간 십육일>도 출간되었다. 그 외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에선 유가족의 10년을 담은 <520번의 금요일>과 세월호 생존자와 형제자매, 그리고 그 곁의 이야기들을 다룬 기록집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도 내놓았다. 전국에서 모인 4160명의 시민합창단 공연과 이지상, 연영석, 손병휘 등 민중가수들이 10주기 마로니에촛불 기억문화제도 개최했다. 전국에서 수많은 세월호 10주기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내 마음속 ‘파블로 네루다 문학학교’
1000송이의 국화와 야생화의 바람
당신을 ‘날리면’ 되는 일인가
다시 묻는다, 정부는 인스타 팔로워 뭘 하고 있나
이러한 때 국가와 정부, 국회는 뭘 하고 있나. 4월16일 추념식에 와서 침울한 표정으로 사진만 찍고 갈 텐가. 의문뿐인 세월호의 진상규명에 다시 나서라. 4월16일을 국가애도의날로 지정하라.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하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윤석열에 의해 좌초한 ‘이태원진상규명특별법’과 1100만 비정규직의 생명과 권익을 지키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재의결하라. 이런 기본이 세워질 때까지 우리는 그날 세월호 안에서 이 국가와 정부를 믿고 가만히 있어야 했던 이들의 피눈물과 아픔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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