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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왜 행정개혁은 얘기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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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4-07-0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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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동킥보드를 함께 타던 청소년 두 명이 차량과 충돌해 한 명이 목숨을 잃고 한 명이 다쳤다. 늦은 시간 친구와 킥보드를 타고 이동하다 벌어진 불행한 사고였다. 사고가 나자 군청과 학교는 뒤늦게 안전 캠페인을 벌이고 경찰은 단속을 강화했지만 청소년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 차가운 반응에는 이유가 있다.
규정이 없어 발생한 사고일까?
몇년 전부터 차도와 인도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방치되던 전동킥보드는 마땅한 교통수단을 찾지 못한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었다. 법에 따르면 면허를 가진 사람만이 탈 수 있고 2인 이상 동승할 수 없지만, 관리하는 주체가 없으니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때론 위태롭게 운전했지만 청소년들은 스스로 대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작년에 지역청소년들이 군청에 정책을 제안하는 자리에 강사 및 조언자로 참여했다. 그때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은 전동킥보드의 이용과 관련된 교육과 관리, 그것을 대체할 교통수단이었다. 도시와 달리 농촌의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버스는 일찍 운행이 중단되고 걸어다니기엔 거리가 너무 멀다. 밤에는 어둡고 도로가 좁아 자전거를 타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공유자전거를 도입하거나 통학택시비 또는 교통바우처를 지원하거나 공공교통체계를 정비해달라는 합리적인 제안을 했다.
이런 제안을 받은 군청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군수는 청소년들의 제안을 검토해서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이후의 구체적인 변화는 없었다. 전동킥보드의 이용자에 관한 규정은 있지만 사업자의 의무나 지자체의 권한에 관한 법이 없어 법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관료들의 뻔한 대답이 나왔다. 버스의 노선과 운행시간을 늘리고 청소년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만일 군청이 청소년들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청소년들의 이동권을 보장했다면, 비극적인 사고는 예방되거나 피해가 줄어들지 않았을까?
만일 지자체에 그런 권한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군청은 사업자를 잘 통제하고 꼼꼼하게 관리계획을 수립해서 시민의 안전을 보장했을까? 지자체가 5년마다 수립하는 대중교통 기본계획의 현실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다. 지금까지 이 기본계획은 4차례나 수립되었지만 주민들의 요구보다 버스회사들의 요구를 반영했다. 지자체의 각종 계획과 매뉴얼들은 용역업체가 수립해서 담당부서 캐비닛에 보관되는 서류일 뿐이다.
군단위 지자체의 경우 장애인 이동권만큼 청소년 이동권도 취약하다. 이동의 불편함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 정주할 가능성은 낮다. 군청은 인구감소를 이유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받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이 지적하는 원인을 바로잡지 않는다. 주민의 편익 증진이 지자체 사무배분의 기본원칙이라고 지방자치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행정은 움직이지 않는다.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직무유기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나 희생자의 이름을 붙인 법률이 뒤늦게 제정되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다. 사실 이미 있는 법만이라도 제대로 지켜진다면 상당수의 비극적인 사고는 예방되거나 그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니 문제는 법의 존재 유무가 아니라 법을 집행하려는 의지이다.
의지는 충만하나 필요한 예산이 부족해서일까? 중앙정부가 교부세를 삭감하자 전국의 모든 지자체들이 예산이 부족하다며 불만을 토해냈지만 실제로는 수립한 예산을 다 쓰지도 못한다. 2023년 결산서를 보면 우리 지역도 2020년 이후 가장 많은 잉여금을 남겼고 다른 지자체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시민들이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요구하면 행정은 예산부족을 핑계로 삼지만 정말 문제는 돈이 아니다.
에너지 민주주의의 방정식을 새로 짜자
부실정부 대한민국
지하로 가는 정치와 슬픔의 공화국
그러면 문제는 뭘까? 민주화 이후 제도를 운영하는 권한을 잡은 것은 참여하고 결정하는 시민이 아니라 절차를 내세운 관료들이었다.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 관료를 통제해야 할 정치인들도 지침과 규정으로 보호되는 관료조직의 벽을 넘지 못했다. 행정의 신속한 업무처리는 승진이나 이익을 보장하는 곳에서 이뤄진다.
일을 해야 할 곳에선 직무를 유기하고, 하지 말아야 할 곳에선 직권을 남용하니 행정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매일 들려오는 비극적인 사고 소식들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니 정치개혁만이 아니라 행정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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